과거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요즘은 기피 대상이 됐죠.
비둘기로 인한 피해 막겠다며 방지용 그물망 설치하는 곳이 늘었는데 이 곳이 비둘기 무덤이 되고 있습니다.
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.
[리포트]
서울 마포구 한강진 공영주차장 인근 교각.
비둘기 한 마리가 그물망에 걸려 죽어있습니다.
[현장음-시민]
"걸려서 못 나오니까 발악을 하다 죽은 거야."
옆쪽 그물망에는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비둘기도 보입니다.
[현장음-시민]
"너무 많다 비둘기 여기 봐봐."
다른 곳도 상황이 비슷합니다.
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교각 주변에 그물망을 설치해 조류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.
산성인 비둘기 배설물이 교각을 부식시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.
그런데 그물망 틈 사이로 비둘기가 들어가 갇혔습니다.
[권솔 기자]
"다리 위를 보면 비둘기 배설물이 오랫동안 흘러내려서 굳은 흔적이 남아있고,
땅으로 내려오면 이렇게 비둘기 깃털과 배설물이 서로 뒤엉켜서 쌓여있습니다."
[서울교통공사 관계자]
"배설물로 인한 민원이 반복적으로 들어오다 보니 공사비 고려했을 때는 가장 효율적이어서 되도록 방조망 위주로 설치를 하고 있어요."
교각 밑에 주차한 차량은 배설물 범벅입니다.
[마포구 주민]
"큰일 났다. 진짜 망했다. 여긴 다시 안 대야지. 아…. 와 여기 (비둘기) 변소였네요."
지난 5년간 비둘기 관련 민원 건수는 77% 늘었습니다.
[마포구 주민]
"비둘기가 똥을 싸놓고 가면 물로 뿌려서 닦으려고 해도 잘 닦이지도 않고."
[마포구 주민]
"(비둘기) 안 좋아해요. 비둘기 날아다닐 때 그런 거 (병균) 날리고 하니까."
죽어가는 비둘기를 방치한고 있다는 신고도 잇따릅니다.
[마포구 인근 상인]
"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서…."
시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고
[경찰 관계자]
"119구조대나 아니면 구청 쪽으로 (연락) 해서 얘기하시면…”
소방에서는 출동 대상이 아니라고 답합니다.
[119 관계자]
"멧돼지나 뱀, 말벌 사람들한테 직접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경우에 출동이 가능해요."
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동행해 상황을 살펴봤습니다.
[신주운 /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]
"산 채로, 오도 가도 못하고. (그물망을) 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, 못 나가고 있어요. 이거 심각하네 너무 촘촘히 막아놨어요."
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.
[신주운 /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]
"오물 방지 (목적)이라고 해도 사실 그냥 오물이 다 묻잖아요? 주기적으로 청소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있어 보이진 않고."
환경부는 지난 2009년 시민과 시설물에 피해를 준다며 비둘기를 유해동물로 지정했습니다.
이런 이유로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경우 포획하지만 구조할 수는 없습니다.
[신주운 /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]
"(구조) 절차 없이 생명이 죽어 나간다고 하면 문제는 있죠."
[권솔 기자]
"서울교통공사는 비둘기를 구조해달라는 시민 신고가 잇따르자,
이번 주 중으로 그물망을 임시로 뜯어내 비둘기를 내보내고 다시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.
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."
권솔 기자 kwonsol@donga,com
PD : 김종윤·석혜란